
영화 <랑종> 줄거리
영화 <랑종>은 태국 북동부 이산 지역을 배경으로, 전통 무속신앙을 바탕으로 한 빙의 현상과 가족의 비극을 다룬 공포 다큐멘터리 형식의 작품입니다. 영화는 샤머니즘과 귀신 들림이라는 소재를 사실적인 촬영기법과 결합하여 극도의 몰입감과 불쾌감을 유발합니다. 태국의 전통 무당인 ‘랑종(랑종이란 지역 무당을 일컫는 말)’ 님(사와니 우툼마 분)은 조상의 여신 ‘바얀’의 계보를 잇는 인물로, 여성에게만 내려오는 무속의 능력을 통해 마을 사람들의 문제를 해결해줍니다. 그러나 님은 언니의 딸인 밍(나라리팟 깟우랏 분)에게 이상한 현상이 반복적으로 나타나자, 이를 조상의 빙의 현상으로 의심하고 그녀를 주시하게 됩니다. 밍은 초자연적 현상에 시달리며 점차 정신적으로 붕괴되기 시작하고, 그녀의 가족들은 이를 감당하지 못한 채 님에게 도움을 요청하게 됩니다. 영화는 님과 다큐멘터리 제작진의 시선을 통해 점점 심각해지는 빙의 증상과 이를 둘러싼 가족의 몰락, 무속 의식의 공포스러운 과정을 담담하고 사실적으로 그려나갑니다. 후반부로 갈수록 점점 광기를 드러내는 밍의 모습과 의식을 둘러싼 혼란은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를 허물며 관객을 극한의 긴장 상태로 몰아넣습니다. 이 작품은 전통 무속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이들에게도 강력한 시각적 공포와 심리적 압박을 선사하며, 단순한 귀신 이야기 이상의 철학적 질문을 던지는 수작으로 평가받습니다.
국내외 평점
<랑종>은 개봉 직후 국내외에서 강렬한 찬사와 논란을 동시에 불러일으켰습니다. 국내 관객들은 “역대급 공포”, “정신적으로 충격을 받았다”는 후기를 남기며 높은 몰입감과 강한 후반 전개에 반응을 보였고, 일부 관객은 불쾌한 감정까지 표현하며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렸습니다. 네이버 관람객 평점은 7점대 초반을 기록하였고, CGV 골든에그지수는 80%대를 유지했습니다. 해외에서는 로튼토마토 기준 신선도 87%, IMDb 평점 6.9점을 기록하며 아시아 특유의 샤머니즘 공포와 페이크 다큐 형식의 새로운 결합에 대한 호평이 이어졌습니다. 특히 해외 공포영화 팬들 사이에서는 <블레어 위치>나 <파라노말 액티비티> 이후 오랜만에 등장한 ‘진짜 무서운 페이크 다큐멘터리’로 불리며 예술성과 장르적 완성도를 모두 인정받았습니다. 그러나 일부 서구권 관객에게는 익숙하지 않은 문화 코드와 종교적 요소들이 이해의 장벽으로 작용하기도 하였습니다. 평론가들은 “단순한 점프 스케어보다 서서히 조이는 불안감이 강력하다”며 <랑종> 특유의 느린 리듬과 폭발적인 후반부 전개를 높이 평가했습니다. 또한 극장에서 관람할 때의 집단 심리적 공포가 훨씬 크다는 분석도 나왔습니다. 국내에서는 100만 관객을 돌파하며 공포 영화로는 이례적인 흥행을 기록했고, 제25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도 초청작으로 상영되어 화제를 모았습니다.
반종 피산다나쿤 감독
<랑종>은 태국의 감독 반종 피산다나쿤이 연출하고, 한국의 나홍진 감독이 제작 및 각본 기획에 참여해 화제를 모은 작품입니다. 반종 감독은 <셔터>(2004)로 아시아 공포영화의 새 지평을 열었던 인물로, 일상 속 공포와 초자연적 현상을 정교하게 결합하는 데 탁월한 연출력을 지닌 감독입니다. 그는 <랑종>에서도 마치 실제 사건을 촬영한 듯한 카메라 워크와 현장감을 극대화한 오디오 디자인, 긴장감을 누적시키는 구성으로 극강의 몰입을 이끌어냈습니다. 다큐멘터리 형식을 채택한 것도 그가 공포를 현실로 착각하게 만드는 전략적 장치로 활용한 결과입니다. 한편 이 영화는 <추격자>, <곡성>으로 한국에서 독창적인 공포 세계관을 구축한 나홍진 감독의 첫 해외 프로젝트 기획작으로도 주목받았습니다. 나홍진 감독은 이번 영화에서 원안 및 제작을 맡아, 태국 샤머니즘과 귀신 들림이라는 문화적 요소를 영화적으로 효과적으로 재해석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했습니다. 실제로 나홍진은 “한국에서 보여주지 못한 공포의 완성도를 태국에서 실현하고 싶었다”고 밝혔으며, 그 의도는 반종 감독의 손을 통해 구체화되었습니다. 두 감독의 협업은 문화와 장르의 경계를 뛰어넘는 국제 공동 프로젝트의 모범 사례로 꼽히며, 이후 시리즈화 또는 후속 프로젝트에 대한 기대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랑종>은 한국과 태국의 장르 영화계가 만들어낸 보기 드문 시너지의 결과물이며, 아시아 공포영화의 진화를 보여주는 작품으로 손꼽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