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울처럼 뒤집힌 세계, 조던 필 감독의 공포 실험 '어스 (Us)'

설명: 평범한 가족 앞에 나타난 자신과 똑같은 존재들. 영화 '어스'는 공포 그 이상, 사회와 자아에 대한 은유를 가득 담은 문제작입니다.
줄거리: ‘우리’의 얼굴을 한 괴물들이 등장했다
영화 「어스 (Us)」는 2019년 개봉한 조던 필 감독의 두 번째 장편 연출작으로, 전작 「겟 아웃」보다 한층 더 강렬하고 기묘한 세계관을 바탕으로 공포와 사회적 메시지를 결합한 작품입니다. 줄거리는 평범한 흑인 가족이 바닷가 별장으로 휴가를 떠나면서 시작됩니다. 어릴 적 그곳에서 불길한 경험을 했던 어머니 애들레이드(루피타 뇽오 분)는 어딘가 불안한 기분에 휩싸이지만, 남편과 두 자녀는 평화로운 휴가 분위기를 즐기며 평범한 가족의 일상을 보냅니다. 하지만 어느 날 밤, 집 앞에 그들과 똑같이 생긴 네 명의 인물이 서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되며 공포는 본격적으로 시작됩니다. 이 '도플갱어'들은 겉모습은 주인공 가족과 동일하지만, 언어도 통하지 않고 거칠고 폭력적인 행동을 서슴지 않으며 마치 원초적 본능에 지배당하는 존재처럼 묘사됩니다. 특히 애들레이드의 복제인간인 '레드'는 유일하게 말을 할 수 있고, 점점 이 침입의 목적과 이들이 살아온 세계가 드러나기 시작하면서 관객은 충격적인 진실에 다가가게 됩니다. 영화는 미국 전역에서 이와 같은 도플갱어들이 등장해 인간들과 충돌하고, 마치 체계적으로 기획된 듯한 '손잡기 운동'이라는 집단적 퍼포먼스로 클라이맥스를 맞이합니다. 표면적으로는 슬래셔 호러의 구조를 따르지만, 이면에는 사회적 이중성, 계층 구조, 타인의 고통에 무감각한 주류 사회를 향한 날카로운 비판이 내포되어 있습니다. 영화의 큰 반전은 애들레이드와 레드의 과거가 뒤바뀐 것이라는 설정입니다. 이 충격적인 전환은 관객에게 단순히 ‘나와 같은 모습의 괴물’을 넘어서, ‘내가 괴물이었을 수도 있다’는 자아 정체성의 불안을 남기며 영화는 끝납니다. 「어스」는 공포를 통해 인간 존재와 사회 시스템의 모순을 드러내는 데 성공하며, 단순한 장르 영화를 넘어선 철학적 공포의 경지에 도달합니다.
평점과 관객 반응: 해석의 여지를 남긴 공포, 호불호 뚜렷
영화 「어스」는 2019년 개봉 당시 평단과 관객의 뜨거운 주목을 받았으며, 흥행과 작품성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은 작품으로 평가받았습니다. 미국 박스오피스에서는 북미 첫 주말에만 7,100만 달러를 돌파하며 R등급 공포 영화로서는 이례적인 흥행 기록을 세웠습니다. Rotten Tomatoes 신선도 지수는 약 93%로 매우 높았고, Metacritic에서도 비교적 긍정적인 평균 점수를 기록했습니다. 국내 관객들의 반응은 다소 엇갈렸습니다. 네이버 관람객 평점은 7점대 중반으로, 연출과 연기, 메시지에 대한 호평이 이어졌지만, 해석이 쉽지 않다는 점에서 '이해가 어려웠다'는 후기도 다수 존재했습니다. 긍정적인 평을 남긴 관객들은 「어스」가 단순한 공포 영화가 아니라 현대 사회의 불평등과 억압된 집단의 분노를 상징하는 은유로 가득 차 있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주었습니다. 특히 극 중 복제 인간들이 상징하는 ‘그늘 속의 미국인’이라는 설정은, 조던 필 감독이 흑인 커뮤니티를 포함한 소외된 계층의 존재를 영화적 언어로 풀어낸 대표적인 시도로 평가됩니다. 또한 루피타 뇽오의 1인 2역 연기는 당시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후보로 거론될 정도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고, 그녀의 목소리 톤 변화와 표정 연기는 극 전체의 긴장감을 유지하는 데 핵심 역할을 했습니다. 다만 일부 관객은 영화의 설정이 너무 추상적이고, 복제 인간들의 세계가 다소 설명 부족으로 느껴진다는 아쉬움을 표현했습니다. 중반 이후 철학적 해석이 강조되며 공포 장르 본연의 스릴감이 다소 희석되었다는 지적도 있었죠. 하지만 이러한 모호함이 오히려 「어스」를 오랫동안 회자되게 만드는 원동력이 되었으며, 관람 후 '다시 한 번 보고 싶다'는 관객 반응도 많았습니다. 「어스」는 해석의 여지를 무기로 삼은 드문 공포 영화로, 단순한 쾌감보다는 긴 여운과 질문을 남기며 관객의 사고를 자극합니다.
감독 정보와 제작 비하인드
「어스」의 감독은 조던 필(Jordan Peele)로, 전작 「겟 아웃 (Get Out, 2017)」을 통해 아카데미 각본상을 수상하며 공포 영화계의 새 지평을 연 인물입니다. 그는 본래 코미디언 출신으로 알려져 있었으나, 「겟 아웃」 이후 공포를 통해 사회 문제를 예리하게 해부하는 감독으로 자리매김했습니다. 「어스」는 그의 두 번째 장편 연출작으로, “우리가 가장 두려워해야 할 존재는 우리 자신이다”라는 주제 의식 아래 기획되었습니다. 그는 이 작품을 통해 단순히 인종 문제를 넘어, 미국 사회 전체의 구조적 양면성과 계층의 분열을 더 확장된 형태로 다루고자 했습니다. 조던 필 감독은 인터뷰에서 “어스는 미국(us)이란 단어와도 같다”고 언급하며, 영화 속 복제 인간들이 보여주는 침묵의 분노가 바로 무시당하고 억압된 이들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러한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그는 상업적 흥미와 비평적 깊이를 절묘하게 결합하는 연출 방식을 선택했고, 결과적으로 「어스」는 관객의 해석 욕구를 자극하는 대표적인 '은유형 호러'로 자리잡았습니다. 제작 비하인드에서도 흥미로운 점이 많습니다. 영화에 등장하는 ‘손잡기 운동’은 1986년 미국에서 실제로 있었던 “Hands Across America” 캠페인을 모티프로 삼았으며, 이를 통해 감독은 미국 사회의 위선적 단결 이미지를 풍자하고자 했습니다. 또한 배경 음악으로 사용된 ‘I Got 5 on It’는 원곡과 리믹스를 반복적으로 삽입하며 음산한 분위기를 극대화하는데 활용되었고, 이는 이후 공포 영화 OST의 새로운 활용 방식으로도 평가받았습니다. 조던 필 감독은 이후 「놉 (Nope, 2022)」을 통해 또 다른 장르적 시도를 이어가며 자신의 영화 세계를 확장해 나갔으며, 「어스」는 그의 필모그래피 중 가장 상징적인 작품 중 하나로 꼽힙니다. 이 영화는 '공포'를 통해 ‘사회’를 이야기하는 가장 현대적인 방식의 정수로, 지금도 수많은 리뷰와 유튜브 해석 영상이 끊이지 않고 있을 만큼 오랫동안 회자되는 작품입니다.